그냥, 최근의 잡다한 근황

1. 6월 10일에도 다녀왔습니다. 뭔가 답답하면서 뭔가 풀리지 않는 어떤 그런 느낌이 들어요. 6월 10일 이후로는 아직 한 번도 안 갔습니다. 이날 촛불 속에, 청계천 물길 속에, 광화문 대로에 제 무언가를 두고 온 듯한 느낌입니다. 뭔가 생각을 많이 했는데 지금 나갈 준비도 해야 하고 해서 이 때 이야기는 나중에 정신이 들면 하겠습니다.

2. 요즘 계속해서 감정 곡선이 하향을 달리고 있습니다. 국제유가는 천장을 뚫고 계속 치솟고 있는데 제 기분은 그와 반대로 바닥을 뚫고 계속 내려가고 있는 듯 합니다. 하기사, 학기 초부터 이상할 정도로 텐션이 높았어요. 이제 그 반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걸지도요. 아이들은 전혀 말썽부리지 않고 정말정말 예쁘고, 다음주부터는 일이 쏟아져서 그렇지 아직까지는 일도 없고 한가한데 왜 이런지 모르겠습니다. 뭐, 굳이 원인을 찾자면 언제나 방학 하기 전에 돌아오는 심신의 피로 때문일지도요. 저는 기본적으로 낯가림이 심해서 처음 보는 사람이나 제가 굳이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과 대하는 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람들과 만나는 것도 그래서 친한 몇 명끼리 노는 것을 좋아하고 다수가 모여서 시끌벅적하게 노는 것을 싫어해요. 그래서 직장 끝나고 사람들과 밥 먹고 수다떨다가 늦게 집에 가는 건 좋아해도 회식은 싫어하고, 친한 사람들과 여행가는 것은 좋아해도 동아리나 과나 회사 엠티 같은 건 싫어하고, 뭐,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제 직업을 정말 사랑하고 있고 아이들도 정말 정말 예쁘긴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교사라는 직업은 제 성격과 썩 맞지 않는 직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요. 계속 사람들을 대하는 직업이니까, 중간에 지쳐 떨어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내가 너희들이 예뻐서 이렇게 지치고 힘들어도 계속 하는 거다. 알았니?

3. 어스시의 마법사를 3권까지 읽었습니다. 1권은 완전 취향. 2권은 약간 지루함. 3권은 취향에 맞긴 하지만 어려움. 4권은 아직 안 읽어봤네요. 1권을 읽고 나서는 완전 감탄해서 아이들에게 막 이야기해주고 그랬습니다. 1권만으로 따지면 소위 3대 판타지 중에서 가장 맘에 들어요. 특히 1권의 결말은 최고.

4.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읽을 거에요. 저는 상하권으로 나뉜 것을 샀는데요, 어제 틈틈히 읽어서 상권의 40% 정도는 읽은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폐인이래요. 아니, 이 정도면 느린 거 아닌가;;

그나저나 가르치는 아이 중에 독서량이 어마어마하고 글도 무지 잘 쓰는 아이가 있는데요, 이 아이는 까라마조프도 다 읽었다고 하네요. 저는 아직 못 읽어서 뭐라고 답해줄 수가 없었는데요, 상권을 조금 읽고 나서 그 아이가 정말 궁금해졌습니다. 중2가 이런 소설을 다 읽고서도 밝은 정서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게 신기하달까요.;;; 특히 아버지의 말을 읽고 있으면 제 머리도 이상해지는 느낌이에요. -ㅅ-;;;

5. 위의 4번에서 말한 아이가 저에게 이사카 코타로의 마왕 이라는 책을 빌려주었습니다. 진짜 재밌다고요. 읽고 나서 돌려주면서 물어보았습니다. "넌 여기 나오는 사람들의 대사가 모두 이해돼?" 아이는 왜 그런 것을 물어보냐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재밌지 않았어요?" 라고 물어보더군요. 아니 뭐, 어떻게 보면 동문서답일 수도 있긴 한데 어쨌든간에... 저에게는 생각할 것이 꽤나 많은 소설이었는데 말이에요. 요즘 상황과 맞물려서도 말이에요. 어쨌든 흔히 말하는 일본소설의 특징답게 무거운 주제를 상당히 가볍게 풀어낸 소설이었습니다.

6. 요즘 쓰기수행평가중이라 아이들이 글을 쓰고 있을 때 저는 앞에서 책을 읽곤 했습니다. 그래서 3월부터 지금까지 읽었던 책보다 최근 일주일 사이에 읽은 책이 더 많네요. 이번주는 안그래도 좀 기분이 바닥을 치는 상태라 책에 코를 박고 하루종일 있을 수 있다는 게 참 좋았습니다. 눈은 좀 침침했지만요. 저는 전공에 비해 책을 너무 안 읽어서 좀 부끄럽거든요. 올해 여름방학 때는 독서소녀가 되어보려고요. (언제나 마음은 이렇게 다짐하곤 합니다...)

by 텐(天) | 2008/06/14 11:28 | ::Diary:: | 트랙백 | 덧글(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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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달산 at 2008/06/14 11:57
어렸을 때 읽는 것과 좀더 나이들어서 읽는 것은 좀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저도 초중시절에 책을 제일 많이 읽었었는데;-무려 뉴스위크랑 신동아까지 읽어댔;;- 일단 읽고 어느 정도 이해는 했었지만, 그 본질을 분명히 느끼지 못 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 같아요. 파악하는 깊이에 아직은 한계가 있어서 책을 읽은 후의 여운이 그리 크진 않달까요.
Commented by 텐(天) at 2008/06/29 19:00
네. 그래서 저는 중고등학생들의 일명 필독도서들을 믿지 않습니다. 평범한 고등학생 수준에서 무진기행 같은 글이 이해되겠어요? 그놈의 필독도서들이 학생들을 책에서 점점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뭔가 글과 거리가 있는 덧글이 되어버렸군요.;;;
Commented by 행인1 at 2008/06/14 12:45
6. 독서교사 텐님 화이팅~!!! (저도 제 전공에 비해 책을 안 읽는 편입니다...)
Commented by 텐(天) at 2008/06/29 19:00
전 책을 정말 무지하게 안 읽는답니다. ㅠ.ㅠ
Commented by Lucifer at 2008/06/14 12:50
4. 러시아 문학을 읽으실 수 있다는 자체가 대단하십니다 ;ㅁ;
Commented by 텐(天) at 2008/06/29 19:00
러시아 문학은 그닥 읽은 게 많지는 않지만 생각할 거리가 많아서요..
Commented by 미르시내 at 2008/06/14 13:59
까라마조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최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알랍 도스토예프스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mmented by 텐(天) at 2008/06/29 19:00
나도 이렇게 외칠 수 있기를.. 결국 저 뒤에 바빠서 못 읽고 있다. -ㅅ-;;;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8/06/14 15:22
제가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은 것이 중3인가 고1인가 그랬던 것 같네요. 이해는 했는데, "재미"가 없어서 한 번 읽고 안 읽었었지요.
Commented by 텐(天) at 2008/06/29 19:01
아직 다 못 읽어서 뭐라고 이야기는 못하겠지만, 제 주위에서는 다들 재미있다고 하더라고요.
Commented by 주이 at 2008/06/14 23:28
전 부끄럽게도 초등학생때 제일 좋아하던 작가가 김.진.명이었어요 -_- (종종 이 사실을 아는 친구들은 극우파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놀림-.- ....뭐 그분이 극우파까진 아닌거 같지만) 전 고등학생땐 권터 그라스의 양철북을 좋아했어요. 지금은 전혀 좋아하지 않는데- 그땐 어떻게 네다섯번씩 볼 수 있었는지 궁금해요. 까라마조프가도 고등학생때 봤지만 지금은 보고 싶지 않네요. 그땐 좀 더 인내심이 강했을까요?-.- 아니면 시간은 있고 딱히 할 일이 없어서 지루했던걸까.
Commented by 텐(天) at 2008/06/29 19:01
책도 읽힐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주기를 탄달까... 저도 갑자기 1~2주 정도 동안 책을 마구마구 읽어버리는 편이라서요. 방학이 되면 책을 좀 읽을 수 있으려나요?
Commented by 아르메리아 at 2008/06/15 00:39
도스도예프스키는 정말 어렵더군요. 러시아의 음울함이 느껴지는 거 같아요.
살면서 가장 책을 많이 본 시기는 초등학교 같아요. 물론 만화책으로 따지면 중학교가 최고긴합니다. 판타지 소설은 고등학교고요. 대학교와서는 전공서적을 가장 많이 봤네요(...)
Commented by 텐(天) at 2008/06/29 19:02
저도 살면서 책을 가장 많이 본 시기는 초등학교 같아요.;; 중학교 때 부터는 성적이 떨어지니까 부모님께서 책을 못 보게 하셨다는.. -ㅅ-;;;
Commented by 찬별 at 2008/06/15 19:25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책을 가끔 한두 가지 씩은 읽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야설 수준의 여명의 눈동자를 초딩때 읽었거든요. (좀 예시가 잘 못 된 것 같기도 하고 -_-)
Commented by 텐(天) at 2008/06/29 19:03
저는... ........으음;; 나이에 맞지 않는 책을 읽은 게 뭐가 있으려나요?;; 기억이 나지 않는 걸 보니 전 늘 제 수준에 맞는 책만 읽어왔나봅니다. 이런 재미없는 인생 같으니!!!
Commented by 브라이언 at 2008/06/17 21:16
까라마조프의 형제는 고등학교때 영어선생님이 줄거리를 다 얘기해서 읽지 않았다는 핑계를 대고 있습니다만 그 아이 참 조숙하네요....

독서소녀 좋지요..저도 독서소년이 되려고 하지만 책을 많이 읽는다고 쳐봤자 '독서중년'...
줸장..
Commented by 텐(天) at 2008/06/29 19:03
그렇게 말씀하시면 슬픕니다. ㅠ.ㅠ 아이들 표현으로 하면 저는 독서 아줌마겠군요. ㅠ.ㅠ 엉엉엉
Commented by 우마왕 at 2008/06/22 20:34
소녀의 어려움!
Commented by 텐(天) at 2008/06/29 19:03
소녀에 뭔가 불만 있으신가요? -_-+++
Commented by 우마왕 at 2008/06/29 19:17
아니 뭐... 불만이라기 보다는 단지 어렵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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