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학습활동

오늘 수업 시간에 학습활동을 한 후 발표를 시켰습니다. 중학교 1학년 1학기 2단원의 첫번째 소단원인 '마음으로 쓰는 편지'의 학습활동입니다. 이 소단원은 한 중학교 남자아이가 어떤 여자아이를 좋아하면서 느끼는 고민을 상담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고요, 학습활동은 그 편지에 대해 답장의 형식으로 고민 상담을 해주는 것입니다.

혹시 소단원의 본문 내용을 알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본문 내용을 써 봤습니다. 보시겠습니까?
아저씨께

아저씨, 저는 현재 ○○ 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입니다. 저는 별로 말이 없고, 또 모든 일에 소극적인 편입니다. 운동도 잘 못 하고, 공부도 그렇고...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는 한심한 아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런 제가 한 여학생을 좋아하고 있습니다. 참 웃기는 일이지요? 더구나 그 여학생은 공부도 잘 하고, 운동도 잘 합니다.

저는 등교하는 길에 가끔씩 그 여학생을 봅니다. 그러면 제 마음은 마구 뜁니다. 점점 더 그 여학생이 좋아집니다. 그렇지만 그 여학생을 좋아하는 마음이 깊어질수록 저는 말할 수 없는 열등감과 슬픔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 때마다 저는 자신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이 바보! 넌 잘 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잖아? 그런 네가 감히 그 여학생을 좋아해? 웃기지 마.'

이렇게 제 자신을 나무라고, 또 그 여학생에 대한 생각을 지우려 애써 보기도 하지만, 그 여학생에 대한 제 감정이 쉽게 정리되질 않습니다. 선생니이나 부모님께 야단을 맞게 되면 그 애 생각이 먼저 납니다. 그러면서 저는 자신에게 끝없는 질문을 합니다.

'이런 내가 과연 그 여학생을 좋아할 자격이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아저씨,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친구의 입장에서 내 생각을 담아 그 학생에게 답장을 써 보자.


아이들이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내용이라서 학습활동을 다소 길게 쓰도록 유도하고 발표를 시켰는데요, 어찌나 잘 썼던지 정말 감탄했답니다. 그동안의 학습활동은 재미가 없어서 못했던 건지.. (...) 아니, 뭐 그 동안에도 기발한 생각들은 많았지만요. ^^; 어쨌든 오늘은 발표를 들으면서 감탄했던 것들이 많았답니다.

예를 들어.. 애기들에게 쓰라고 시간을 준 후 교실을 돌아다니며 들여다 보고 있었습니다. 그 중 한 아이의 공책을 보니 딱 한 줄이 적혀 있더군요.

"그런데 대체 넌 누구니?"

....바로 헤드락 들어가고 다시 쓰게 시켰습니다. (...)

위의 아이에게 헤드락을 풀고 일어나 보니 옆에 옆에 자리 아이가 재빨리 자기가 쓴 것을 감추더군요. 하지만 감추기 직전에 제 눈에 들어온 구절이 있었으니...

"쪼끄만게 벌써부터 여자를 밝히냐? 그리고 누구 보고 아저씨래?"

......역시 헤드락 들어가고 다시 쓰게 시켰습니다. (...)

그리고 애기들에게 "너흰 고민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야, 쪼끄만게 벌써부터 그런 걸로 고민이냐? 그런 거 신경쓰지 말고 공부나 해. 나중에 대학 들어가면 애인도 다 생겨.' 라고 이야기하면 너희 기분은 어떻겠어? 그리고 그거 다 뻥이야. 선생님을 봐봐. 대학 들어가도 애인 안 생기더라. 그러니까 너희들이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진심으로 답을 써줘." 라고 이야기해줬지요. 그러자 꽤 열심히 쓰더군요.

한 반에서는 연하의 여자친구가 있다고 자랑하던 한 아이에게 발표를 시켰습니다. (중 1보다 연하면 초등학생이잖아!!!) 그러자 그 아이의 발표 내용은 대략 이랬습니다.

"내가 충고해 주는데, 이벤트 같은 건 하지 마. 장미꽃 백 송이 같은 건 다음날이면 다 시들어서 의미가 없어. 폭죽이나 촛불 같은 것도 하지 마. 폭죽은 불발탄 있으면 완전 망하고 촛불도 하기 힘들기만 하고 실패하면 꽝이야. 좋은 방법은 그 여자애가 공부를 잘 한다고 했으니까 모르는 걸 물어보는 식으로 은근슬쩍 접근해. 그런 방법으로 친하게 지내다가 고백을 하는 거야."

-ㅅ-;;;; 저보다 낫군요. (...)

그 외에도...

"야, 남자면 터프하게 고백해 버리는 거야. 여자애들은 소심한 남자애는 싫어해. 터프하게 해버려."

"운동을 열심히 해서 근육을 키워. 여자애들은 적당히 근육이 있는 남자애를 좋아해."

"짝이 되어서 여자애랑 있다가 은근슬쩍 여자애 물건을 떨어뜨린 다음 주워줘. 여자애들은 그런 것에 약해."

-ㅅ-;;;;;;; 아, 이 애기들, 뭔가 잘 알고 있습니다. (...)

뭐, 물론 감동파도 많았습니다. 정말 공책 한 페이지를 가득 채워가면서 정말 멋진 충고를 해 준 아이들도 꽤 많았고요, 어쨌든 정말로 충고를 아주 잘 해주더라고요.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훨씬 활동을 잘 해서 저도 정말 잘 배웠습니다. 아하하하하하;;;

앞으로도 이렇게 활동을 잘 해주면 저도 정말 즐거울텐데 말이에요. 수업시간 내내 어찌나 즐거웠는지요.

by 텐(天) | 2006/03/29 22:53 | ::School2:: | 트랙백 | 덧글(17)

Commented by shikishen at 2006/03/29 22:55
뭐랄까... 좀 복잡한 심정...으음... 왠지 중딩 국어시간으로 돌아가 보고 싶군요. 1학년 때 뭘했더라...
Commented by 복숭아 at 2006/03/29 22:56
남자는 박력!
저라면 역시 그냥 손목을 나꿔채라고 말하고 싶어지는군요. 그나저나 남학생들 참 귀엽네요. 동생 친구들은 이제 모두 수험생이 되어 고등학생의 풋풋한 맛이 사라졌어요
Commented by 하늘이 at 2006/03/29 22:57
요즘은 아이들이 "커플질"(?)에 관해 아주 잘 알고 있죠. 가끔은 너무 아는게 많아서(...) 문제일때도 있습니다. -_-;;;
Commented by leeyul at 2006/03/29 23:11
(열심히 메모 한다.) 애들이 더 낫군요...흑흑
Commented by Firenze at 2006/03/29 23:23
 터프… 근육…(적는다).
Commented by 카린트세이 at 2006/03/30 00:01
그나저나.. 헤드락도 거십니까.... 학생들이 참으로 고생하겠습니다.....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6/03/30 00:35
그 충고들을 직접 실행해 보시는 건 어떨는지요 :)
Commented by 미르시내 at 2006/03/30 01:00
그런데 대체 넌 누구니 하하하하;;;;;
그 남자아이의 사랑이 잘 되었으면 좋겠네요. (...)
후후 아무튼 아이들이 귀엽군요 아하하하.
Commented by 치오네 at 2006/03/30 02:26
애들에게 배워야겠어요... 흑흑.
기왕이면 소심한 여학생이 고민하는 거였다면 더 좋았을텐데요. ;ㅁ;
Commented by 켄지 at 2006/03/30 06:05
아하하>_< 애들이 귀엽네요. 첫번째랑 두번째 애들이 쓴 것들이 압박이었지만[...]
Commented by 비오네 at 2006/03/30 09:48
와하하.. 바로 헤드락 들어갔군요.. ;;
이런 교과 과정은 참으로 바람직하다고 생각됩니다. 현실성도 있고 생각의 깊이도 키워주고...
그나저나 이 녀석들... 선수잖아... ㅡ_ㅡ;
Commented by 행인1 at 2006/03/30 09:50
세상에 중1이 벌써 저런걸 알고 있는 거에요?
Commented by 세닐리아 at 2006/03/30 13:16
아하하하하;ㅂ; 아 안습...
저는 저때 저런것은 마음으로만 간직하고 겉으로는 감동적으로 쓰려고 노력했었지요.
Commented by Knight레이피엘 at 2006/03/30 14:33
헤드락! 멋진 고문[?]입니다 -ㅂ-
그나저나 요즘 중학교 교과서에는 재미있는 내용들이 나오는군요. 제가 중1 때는 항상 잠오는 내용만 있었는데 [...]
Commented by 우마왕 at 2006/03/30 18:18
복숭아// 복숭아님은 손목을 나꿔채시면 넘어가시는 걸까요?(적는다...)

텐마왕// 헤드락 다음 단계는 뭘까요?
Commented by 바람 at 2006/03/30 23:03
헤드락은 뭔가요?
텐님은 아이들에게서 연애하는 법을 배우고 계시군요.^^
Commented by SoGuilty at 2006/03/31 17:41
...제가 배워야겠군요.. 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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