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4 - 말로 형용할 수 없었던 그 분.

제가 나온 모 여고에는 일명 3대 싸이코라고 불리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그 중 한 분은 전에 소개드렸던 미술 선생님이고요, 3대 싸이코 중 누구나 최강으로 꼽던 한 선생님이 계셨죠. 그 분은 국어 담당의 모 선생님이셨습니다.

예전에 썼던 미술 선생님이 그저 까탈스러웠다면, 이 분은 정말.. 말로 형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_-;; 다행히 전 이 선생님께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습니다. 그저 여름방학 보충 때 몇 번 수업을 들었던 것 뿐이었지요. 이 선생님께서 화나면 정말 정말 정말 무섭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제가 직접 겪은 적은 없고, 기분 좋을 때밖에 못 뵈었지요. 기분 좋을 때도 충분히 당황스러운 분이셨습니다만.. (...) 왜, 그런 분 있잖아요. 웃고 있어도 무서운 분..; 실상 제가 이 선생님의 수업을 들었을 때는 정말 자상하고 재미있는 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왠지 무서웠습니다. -.-

이 분은 워낙 소문이 자자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이 분 별명이 워낙 쇼킹해서요. -.- 별명이 빙X-_-;;이었습니다. 빙그레 XX의 약자였습니다.; 언제나 얼굴에 생글생글 미소를 띠고 계시면서 반 아이들의 따귀를 날린다는 무시무시한 분이셨지요. -_-;; 정말 유명해서 주위의 다른 학교까지도 소문이 알려져 있던 분이셨어요. 하지만, 제가 바로 제 주위 친구들로부터 이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은 것은 4월의 꽃 사건이었습니다. 제가 졸업한 모 여고는 학교 건물이 'ㅌ'자 모양으로 생겼고요, 건물 세 개 사이마다 철쭉이 가득 피어 있어서 봄에는 교정이 정말 예뻤습니다. 등나무 벤치도 있었고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제 친구 중 한 명의 반이 'ㅌ'자 모양의 건물 중 가운데 건물의 1층에 있는 교실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날 친구는 마침 1분단에 앉아 있어서 자리가 창가였어요. 수업 중 집중이 안된 친구는 무심코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분을 목격했습니다.

친구의 눈에 비친 풍경은.. 햇빛이 따사롭고 수업 중이라 조용하고 텅 빈 등나무 벤치와 빨갛고 흰 철쭉이 화사하게 피어 있는 화사한 봄날.. 이런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 건너편에 보이는 앞쪽 건물 1층에서 이 국어 선생님이 갑자기 도도도도도도도도도 뛰어서 꽃으로 돌진하시더랍니다. 그리고는 꽃에 얼굴을 푹~ 파묻고 향을 맡으시다가 꽤 시간이 흐른 후 꽃 속에서 얼굴을 슥 들어서 몸을 휙 돌리고 다시 도도도도도도도도도 뛰어서 건물 속으로 들어가셨답니다.

...순간적으로 친구는 잠시 자기가 무엇을 본 것인지 눈을 의심했다고 합니다. ( '')

그리고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방학 보충의 국어 과목 담당으로 그 선생님께서 우리 반에 들어오셨습니다. 여담이지만 학기 초가 되면 학교의 모든 반에서 아이들이 선생님께서 들어오실 때까지 공포에 떨곤 했습니다. 1학년은 미술 선생님이 정해질 때까지-_-, 그리고 2,3학년은 국어 선생님이 정해질 때까지 공포에 떨었지요.; 우리 반은 학기 중에는 안심했다가 방학 보충 때 이 선생님께서 생글생글 웃으시면서 들어오셨을 때 모두 굳어버렸습니다. 하지만 혼나거나 무서웠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단지 여름방학의 꽃 사건이 있었을 뿐이었지요.

우리 학교는 교실의 창 밖에 작은 화단을 마련해놓고 거기에 꽃을 심었습니다. 그래서 반마다 학기초에는 화단에 비료를 뿌려서 흙과 섞고 꽃을 심은 후 꽃당번을 정해서 꽃에 매일 물을 주고 잡초를 뽑는 것이 일이었어요. 3학년 때에도 창밖의 화단에는 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그 날도 이래저래 수업을 하시다가.. 갑자기 수업 도중에 선생님께서 외치셨습니다.

"어머~ 저 꽃!!!"

그리고 갑자기 창문쪽으로 뛰어가셔서 창문을 열고 화사한 빨간 색의 꽃 한 송이를 꺾으셨습니다. 그리고 향을 맡으시더니 "어머~ 정말 예쁘다~" 라고 하시면서 잠시 수업은 잊으신 듯 빙글빙글 돌리고 향을 맡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귀에 꽃을 꽂으시고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학생들에게 물어보셨습니다.

"예쁘니?"

....학생들은 모두 "네~" 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지요. (...) 그러자 선생님께서는 얼마 남지 않은 이후의 수업 시간은 아이들을 일으켜서 국어책을 읽게 하시고 당신께서는 교실 뒤쪽에 가서 거울을 보시며 꽃을 옷에 달았다가 머리에 달았다가 하면서 열심히 장식을 하시더군요.; 그리고 수업이 끝나자 꽃을 옷에 단 채로 생글생글 웃으면서 인사를 받고 나가셨습니다.;;;

이 선생님의 특징은 별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언제나 생글생글 웃고 있는 얼굴이었습니다. 학생을 혼낼 때도 화가 났을 때도 심지어 학생에게 따귀를 날릴 때도-_- 언제나 웃고 계셨기 때문에 더욱 무서웠어요.; 정말 무서운 분이셨기 때문에 그 선생님께서 맡은 반의 성적은 늘 좋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그리고 제가 고3이었던 때의 2학기에 학교를 그만두셨습니다. 그만둔 이유에 대한 소문도 꽤나 흥미진진했지만-_-;;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쓰지 않겠습니다.;

그나저나 이 선생님 이야기를 쓰다 보니 생각난 일이 있는데요, 전의 포스팅에서 미술 선생님께서 담임을 안 맡았다고 써놨었는데, 지금 생각을 해보니 그 분, 제가 다닐 때도 담임을 맡으셨습니다.; 제가 착각하고 있었군요. 그래서 1학년 때 미술 선생님의 반이었다가 2학년 때 오늘 쓴 국어 선생님의 반이 된 아이들이 담임이 밝혀지자 울었던 게 생각나네요. (먼 산) 친구들이 정말 진심으로 동정하면서 위로조차 하지 못하고 등을 토닥토닥 해주었었습니다. -ㅅ-;;

어쨌든.. 이 분은 과연 어떤 분이셨을까요? 젊은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저 분은 학생과 선생님이 함께 "아, XXX선생님이요?" 라고 하며 쓴웃음을 짓는 그런 분이셨습니다만..; 어쨌든 기인이셨던 건 맞는 듯 합니다. 시를 배울 때는 학생들에게 시는 마음으로 느껴야 한다면서 필기를 못 하게 하셨다든지-_- 하는 뒷이야기도 전해지고요-_-;; 꽃 사건이라든지 하는 것도 그렇고 언제나 웃고 있는 표정도 그렇고 말이에요.; 이 분께는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어서 지금 생각해봐도 이 선생님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군요.

by 텐(天) | 2006/01/20 11:59 | ::School1:: | 트랙백 | 덧글(10)

Commented by SoGuilty at 2006/01/20 12:27
....로망을 아시는 선생님이신데요 뭐. 토호홋
Commented by 미르시내 at 2006/01/20 13:37
웃고 있어도 무서운 분...-┏
지금도 알 수 없는 분이시군요. ^^;
처음엔 남자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중간의 '어머'에서 어머-_-; 했다는...;
Commented by 카린트세이 at 2006/01/20 13:55
좋으신 분이시군요.... 뭔가를 아시는 분이십니다.

웃으면서 때리는거.... 얼마나 무서운지 당해보지 않으면 모르죠.... 후덜덜..
Commented by 바람 at 2006/01/20 15:47
웃으면서 누군가를 때릴 수 있는 분이 꽃에 저런 반응은 좀,,,,,,
무서운 분이시네요. 잔인해 보여요.
Commented by 텐(天) at 2006/01/20 16:32
SoGuilty님// 그, 그럴까요? (...)

미르시내님// 장난 아니게 무서웠어요. ㅠ_ㅠ 아, 그리고 제가 성별을 안 써놨군요.; 제가 나온 학교는 여학교였기 때문에 3대싸이코는 모두 여성으로 한정하고 있었습니다. (...)

카린트세이님// 네. 예전에 쓴 적 있었던 미술 선생님이 짜증(;;)났다면, 이 분은 정말 정말 무서웠습니다. 제 학창시절을 통틀어 가장 무서운 분이셨던 것 같아요.

바람님// 네. 정말 무서웠습니다. 아직도 생각나네요.. 제가 혼난 적도 없고 혼나는 걸 직접 목격한 적도 없었지만 그래도 무서웠습니다.
Commented by 비오네 at 2006/01/20 18:32
항상 화사하게 웃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었군요.. ;;
Commented by DarkMaster at 2006/01/20 19:16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에서도 싸이코란 별명 가진 선생햏이 있었죠.
(여기서 질문!! 햏.. 이 말 여기서 써도 되요?)
암튼.. 그 선생햏의 특징이 평소에 실실 웃다가 애들이 말 안들으면 웃으면서 혹은 표정 변해서 애들 기합주기가 있었죠..-ㅅ-
Commented by Lucifer at 2006/01/20 22:10
정말 어울리는 형용사를 딱 집어낼 수가 없군요;;;
Commented by 텐(天) at 2006/01/21 01:10
비오네님// 네. -_- 정말 무서운 분이셨지요. ㅠ_ㅠ;;

묄드르님// 뭐, 남발하지만 않으시면 괜찮습니다. ^^;
제가 쓴 저 선생님은 화낼 때나 때릴 때나 평소에나 기분 좋을 때나 표정이 늘 똑같았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무서웠어요. ;ㅇ;

Lucifer님// 그러게요. 수업도 듣지 않았기 때문에 뭐라고 하기가 애매합니다.;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그 분은.;
Commented by snowsong at 2006/01/22 22:18
나 2학년 때 옆반 담임이었어..OTL 당근 수업도 우리 반 맡았지...
싸이코는 화낼 때도 무섭지만 칭찬할 때도 무서워. 내가 왠지 정상이 아니게 느껴지거든..
예전에 쓴 미술에게는 어이없는 목판화로, 이 문학에게는 어이없는 시로 칭찬을 받은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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