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1월 08일
추억 3 - 한 인기 있었던 선생님
제가 다녔던 모 고등학교에서는 이상하게 남자 선생님들은 모두 키가 작았습니다. 170을 넘어가는 선생님은 체육 선생님 정도밖에 없었던 듯 합니다. 젊은 남자 선생님들도 모두 키가 작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사립 여학교라 일부러 키 크고 잘생긴 남자는 뽑지 않는 게 아닐까 수근거리곤 했습니다. ^^; 어쨌든 그래도 여학교이기 때문에 젊은 남자 선생님들은 여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곤 했지요. 오늘 이야기하려는 분은 발렌타인 데이날 선생님의 책상이 초콜릿으로 꽉 찬다든지, 쉬는 시간이면 여학생들에게 둘러싸인다든지 하는 식으로 대놓고 인기가 많은 분은 아니셨지만, 많은 학생들에게서 "아, 나 그 선생님 좋아해." 라는 평을 듣는 분이셨지요.
전 이 분께 수업을 들은 적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지금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을 보면 아마도 수학 우열반에서 한 학기 정도 배웠거나 아니면 방학 때 보충 수업으로 들은 게 아닐까 합니다. 다른 수학 선생님들은 확실히 기억이 나는데 이 분에 대해서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분명 수업을 들었던 적은 있는 것 같아서요.; 아니, 애초에 수학 수업은 집중해서 들은 적이 고3때 밖에 없으니 기억이 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요.;
어쨌든 이 분께 수업을 들으면서 늘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은, 대체 이 선생님이 무엇때문에 인기가 많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 눈에 비친 이 선생님은 키도 작고 다른 젊은 남자 선생님들에 비해 젊으신 것도 아니었고 유머감각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게다가 상당히 신경질적이셨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30대 초반의 젊은 축에 속하는 남자 선생님이셨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 여학생들이 장난도 많이 쳤고 또 수학 과목이니까 포기하고 엎드려 자는 아이들도 많았고 떠들기도 많이 떠들었지요. 그런데 유머 감각이 그리 많지 않은 분이셨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 아이들을 수업 시간에 집중시키는 방법이 보통 화를 내는 거였거든요. 당시 제가 더 좋아했던 다른 수학 선생님은 유머 감각이 많으셔서 수업 중에 농담도 많이 하시고 아이들의 장난을 웃으면서 잘 받아주셨지요. 그런데 이 수학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거의 짜증을 내시거나 화를 내는 모습을 많이 보이시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여학생들이 이 선생님을 좋아했고 잘 따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왜그럴까 생각하곤 했지요. 이 의문은 나중에 친구에게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다가 풀렸습니다.
그러니까 이 선생님께서 부임하신 초기에, 그러니까 제가 수업을 들었던 때보다 여고생들에게 익숙해지지 않아서 많이 순수(?)하셨던 시절에 있었던 일이랍니다. 만우절날 한 여학생이 선생님의 교과서에 익명의 편지를 끼워놓았대요. 편지 내용은 대충 이런 거였답니다.
「....요즘 정말 힘들어서 늘 혼자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께 상담을 받고 싶은데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손으로 V자를 만들어서 보여주시면 제가 선생님께 찾아갈게요..」
라는 내용으로요. 처음에 그 장난을 계획했던 학생들(저보다 선배였겠죠? ^^;)은 단순히 장난으로 선생님이 얼마나 브이자를 하고 다니는지 보려고 했던 거였는데요, 그 날 선생님께서는 정말 하루종일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하고 다니셨다고 합니다. 출석부도 손가락 두 개를 빼서 잡으시고 복도를 다닐 때도 그러고 다니시고 수업 중에 설명을 하실 때도 칠판에 판서를 하실 때도 계속해서 브이자를 그리셨대요. 수학 선생님이시니 수업도 많으실텐데 하루종일 그러고 다니셨대요. 아이들이 손가락질하고 웃는 것도 개의치 않으시고, 오로지 당신를 믿고 상담을 해달라고 부탁한 이름도 모를 학생을 위해서요. 처음에 장난으로 일을 시작했던 학생들은 정말 감동을 했고, 이 이야기는 전교로 퍼져 나가서 그 날 저 선생님이 왜 저러고 다니나 하면서 웃었던 학생들도 다 감동해서 그 선생님을 존경하고 좋아하게 됐다고 합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같으시다고요? 네, 당시에 라디오 사연에도 나오고 많은 게시판 같은 곳에도 올라서 꽤 유명한 이야기랍니다. 그리고 그 소문의 주인공이 바로 우리 학교에 계셨던 겁니다. 그리고 그 사건 이후로 그 선생님은 특별히 잘 생기셨다거나 하는 분은 아니셨지만 학생들 사이에서 늘 인기가 있는 분이 되셨고요.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몇 년이 지난 지금, 이 이야기를 떠올려 볼 때마다 저는 후에 교사가 되었을 때 학생들에게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곤 합니다. 사범대를 다니면서 제 스케쥴을 다 제쳐놓고 방과후 교실 또는 방학 중 교실에 자원해서 수업을 할 때, 또 교생을 나갔을 때 언제나 함께 했던 친구들과 했던 이야기가 있지요. "학생들도 교사의 진심은 분명 알아준다" 라고요. 맞아요. 학생들은 분명 우리의 눈으로 보았을 때 아직 어려서 그 때 그 때 감정에 휩쓸리는 듯 하고 건방지다고 생각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저와 제 친구들은 학생들은 교사가 진심으로 다가가면 분명 알아줄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로지 그것을 위해서 제 선배들과 친구들은 힘든 여건 속에서도 늘 즐겁게 학생들과 지내고 있는 거겠지요.
전 이 분께 수업을 들은 적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지금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을 보면 아마도 수학 우열반에서 한 학기 정도 배웠거나 아니면 방학 때 보충 수업으로 들은 게 아닐까 합니다. 다른 수학 선생님들은 확실히 기억이 나는데 이 분에 대해서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분명 수업을 들었던 적은 있는 것 같아서요.; 아니, 애초에 수학 수업은 집중해서 들은 적이 고3때 밖에 없으니 기억이 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요.;
어쨌든 이 분께 수업을 들으면서 늘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은, 대체 이 선생님이 무엇때문에 인기가 많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 눈에 비친 이 선생님은 키도 작고 다른 젊은 남자 선생님들에 비해 젊으신 것도 아니었고 유머감각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게다가 상당히 신경질적이셨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30대 초반의 젊은 축에 속하는 남자 선생님이셨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 여학생들이 장난도 많이 쳤고 또 수학 과목이니까 포기하고 엎드려 자는 아이들도 많았고 떠들기도 많이 떠들었지요. 그런데 유머 감각이 그리 많지 않은 분이셨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 아이들을 수업 시간에 집중시키는 방법이 보통 화를 내는 거였거든요. 당시 제가 더 좋아했던 다른 수학 선생님은 유머 감각이 많으셔서 수업 중에 농담도 많이 하시고 아이들의 장난을 웃으면서 잘 받아주셨지요. 그런데 이 수학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거의 짜증을 내시거나 화를 내는 모습을 많이 보이시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여학생들이 이 선생님을 좋아했고 잘 따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왜그럴까 생각하곤 했지요. 이 의문은 나중에 친구에게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다가 풀렸습니다.
그러니까 이 선생님께서 부임하신 초기에, 그러니까 제가 수업을 들었던 때보다 여고생들에게 익숙해지지 않아서 많이 순수(?)하셨던 시절에 있었던 일이랍니다. 만우절날 한 여학생이 선생님의 교과서에 익명의 편지를 끼워놓았대요. 편지 내용은 대충 이런 거였답니다.
「....요즘 정말 힘들어서 늘 혼자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께 상담을 받고 싶은데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손으로 V자를 만들어서 보여주시면 제가 선생님께 찾아갈게요..」
라는 내용으로요. 처음에 그 장난을 계획했던 학생들(저보다 선배였겠죠? ^^;)은 단순히 장난으로 선생님이 얼마나 브이자를 하고 다니는지 보려고 했던 거였는데요, 그 날 선생님께서는 정말 하루종일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하고 다니셨다고 합니다. 출석부도 손가락 두 개를 빼서 잡으시고 복도를 다닐 때도 그러고 다니시고 수업 중에 설명을 하실 때도 칠판에 판서를 하실 때도 계속해서 브이자를 그리셨대요. 수학 선생님이시니 수업도 많으실텐데 하루종일 그러고 다니셨대요. 아이들이 손가락질하고 웃는 것도 개의치 않으시고, 오로지 당신를 믿고 상담을 해달라고 부탁한 이름도 모를 학생을 위해서요. 처음에 장난으로 일을 시작했던 학생들은 정말 감동을 했고, 이 이야기는 전교로 퍼져 나가서 그 날 저 선생님이 왜 저러고 다니나 하면서 웃었던 학생들도 다 감동해서 그 선생님을 존경하고 좋아하게 됐다고 합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같으시다고요? 네, 당시에 라디오 사연에도 나오고 많은 게시판 같은 곳에도 올라서 꽤 유명한 이야기랍니다. 그리고 그 소문의 주인공이 바로 우리 학교에 계셨던 겁니다. 그리고 그 사건 이후로 그 선생님은 특별히 잘 생기셨다거나 하는 분은 아니셨지만 학생들 사이에서 늘 인기가 있는 분이 되셨고요.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몇 년이 지난 지금, 이 이야기를 떠올려 볼 때마다 저는 후에 교사가 되었을 때 학생들에게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곤 합니다. 사범대를 다니면서 제 스케쥴을 다 제쳐놓고 방과후 교실 또는 방학 중 교실에 자원해서 수업을 할 때, 또 교생을 나갔을 때 언제나 함께 했던 친구들과 했던 이야기가 있지요. "학생들도 교사의 진심은 분명 알아준다" 라고요. 맞아요. 학생들은 분명 우리의 눈으로 보았을 때 아직 어려서 그 때 그 때 감정에 휩쓸리는 듯 하고 건방지다고 생각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저와 제 친구들은 학생들은 교사가 진심으로 다가가면 분명 알아줄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로지 그것을 위해서 제 선배들과 친구들은 힘든 여건 속에서도 늘 즐겁게 학생들과 지내고 있는 거겠지요.
# by | 2005/11/08 17:13 | ::School1:: | 트랙백 | 덧글(18)




저희 학교에(있을리가 없지만)도 아니면 제가 내년에 갈 학교에 저런 선생님이 계셨으면 좋겠네요ㅠㅜ
정말 선생님은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거 같아요. 선생님 잘 만나야 할텐데TAT
음악 선생님 이셨는데, 테니스 장에서 상담 하고 싶다고 썼더니,
시간이 나실 때 마다 테니스 장에 가셔서 쪼그리고 앉아 계시더라구요.
테너로 그리운 금강산을 멋드러지게 부르시던 선생님 이셨는데,,,,,,
제가 장난임을 알려 드리고 나서 참 많이 가까워 졌었는데
원래 인기가 좋은 선생님 이셔서 다른 아이들의 질시에 나중엔 근처에도 못갔었던,,,,,,
선생님들의 순수해 보이는 열정은 학생들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 주지요.
글을 너무 재밌게 잘 쓰셔서 부럽네요 ㅠㅠ 우어-
근데 정말 멋진 선생님이셔요~ 종일 브이자를 그리고 다니셨다니 감동 ~ ㅜ_ㅜ
저희학교에는 진짜인척 뻥을 잘 치시기로 유명한 "3대구라" 선생님이 계셨죠(후후)
아직도 저희 동창들은 그 선생님께 속았던 일을 얘기하며 억울해 해요..;;
그러고보면 학창시절 선생님들이 잊을수 없는 추억을 많이 남겨주시는듯 해요~
시험 문제가 어렵게 나온다던가,선생님 기분이 안 좋아서 된통 걸려서 혼났다던가-_-;
뭐 기타 등등의 이유로 애들끼리 모여서 욕도 많이 합니다만...
그래도 왠지 모르게 끌리는 선생님들이 계십니다.
이 포스팅 읽고 잘은 몰라도 그런 분들은 정말 우리를 진심으로 대해주시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선생님들께 감사해야겠군요;ㅁ;
바람님// 와아~ 직접 경험하셨군요!! 정말 멋진 분이시네요. 시간만 나면 테니스 코트에 가 계셨다니.. 좋은 추억이셨겠네요. 부럽습니다. ;ㅇ;
카린트세이님// 멋진 분이셨죠. 저도 이심전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의 마음이 전해졌기 때문에 학생들은 선생님이 화를 내셔도 결국은 '저 분은 우리를 위해주시는구나.' 라고 느낄 수 있었을 겁니다.
zziyam님// 어머, 과찬이십니다. ^^; 제 수다스러운 글을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3대 구라 선생님입니까!! +_+ zziyam님도 그 선생님들의 사기성 짙은^^; 거짓말에 대해 포스팅해보시면 어떨까요? 궁금합니다.
밀리타님// 네. 아무래도 사람이니까요. ^^; 저 선생님 역시 하나도 욕을 먹지 않았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만.. 그래도 밀리타님께서 말씀하신대로 당시 당시는 순간적으로 짜증이 나더라도 결국에는 그 선생님을 여전히 좋아하고 존경하는 것이겠지요. 그런 분이 시간이 흐르면 좋은 추억으로 남더라고요.
[뭐 실화란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가까운 곳에 진원지가 있을 줄은...;;;]
수려님// 네. 솔직히 저는 이 분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멋진 분이셨지요. 학창시절에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는 선생님이 계시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전해들었던 것보다 더욱 멋있으십니다. ㅡ_ㅡb
확실히 감성의 차이가 느껴집니다.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비오네님// 네. 전 학교 다닐 때 저 이야기를 듣고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요, 나중에 나우누리를 시작해보니 꽤 유명한 이야기더라고요. ^^; 어쨌든 멋진 분이셨지요.
SoGuilty님// 다음에 올릴 예정인 에피소드는 한국에서 학교를 나온 사람들조차 판타지-_-처럼 느낄만한 것들입니다. 일명 우리 학교 3대 싸이코 선생님 중 누구나 1위로 꼽던 분이십니다.; 기대해주세요!! +_+/ (뭘?;;)
겨울에 옆반에서 찐 고구마 3개인가를 선생님께 가져다드렸는데
그걸 일일히 50여명의 학생들에게 나눠주시던 기억같은거요..
그분은 정말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네요..^^
전 초등학교 때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같은 것이 별로 없네요. 역시 기억력이 떨어집니다.;
이멩님// 네. 멋진 분이셨지요. 수업 시간에 짜증을 내지 않고 분위기를 적당히 유지할 수 있는 스킬을 습득하셨다면 더욱 멋진 분이 되셨을 겁니다. ^^; 아직도 남아 계시다면 지금쯤은 베테랑이시니까 잘 하고 계실 듯 하네요. 아아~ 뵙고 싶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한 유부남 40대 학년부장 영어 선생님(길다-_-;)을 좋아했었는데...*-_-*
선생님에 대한 추억이라하면,
초등학교 4학년 때 반 전체가 학교 주변을 돌면서 쓰레기줍기 활동 같은 거 할 때
손수 맨손으로 더러운 쓰레기를 집어 봉투에 넣으시던 담임 선생님이 생각나요~